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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 논설위원의 [삶과 생각](68)핑계를 찾는 삶, 방법을 찾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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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4.06.14  19: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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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핑계는 난처한 순간을 모면할 때 발휘하는 처세술의 하나다. 그 본질은 무슨 일이든 다 누군가를 이해시킬 수 있고, 어떤 행위도 다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이란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하지만 길게 보아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일순(一瞬)파괴성지혜임을 우리는 잘 안다.

자기 합리화는 대개 이런 핑계를 통해 완벽해 지고, 그러면서 바람직하지 못한 습관으로 굳어지곤 한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예는 드물지 않다.

건강을 유지하려면 운동할 수 있는 기구와 장소가 필요하고, 취미활동만 하려 해도 연습할 시간과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늘 계획만 세우거나 실천을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늘 핑계를 앞세워. 연습할 장소가 없다, 시간이 없다. 물론 그렇게 말하는 사람의 일상을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럴 수밖에 없겠다고 인정이 된다. 그러나 세상엔 그런 핑계를 사치라고 생각하는 인생도 더러 있다.

평소 지나다니는 길가에 속옷 가게가 하나 있다. 그 가게 뒤쪽 한 공간엔 앉아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할 수 있는 간단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손님이 없을 때 가게 주인은 그곳에 앉아 노래를 한다. 천상천하 누구보다 행복하게 보이는 모습이다.

본업인 장사에 지장이 없는 한, 언제나 노래 연습을 하고 있다. 지나다 보면 손님을 상대하는 모습보단 주인이 노래하는 모습을 더 많이 본다. 그러니 본말이 전도된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모습이 참으로 멋있더라고 했더니 서울 사는 딸애가 비슷한 얘기를 들려주었다.

서울 어느 길가의 한 평 남짓한 구둣방 수선공 아저씨 이야기였다. 일거리가 없을 땐, 등을 지고 돌아앉아 전자피아노를 열심히 치는데 아저씨 뒷모습이 그렇게 감동적이라 했다. 언젠간 나도 멀찍이서 그 모습을 바라볼 기회가 있었지만, 폐가 될 것 같아 찾아가 말을 걸어보진 않았다. 하지만 그냥 바라만 봐도 인생을 참으로 멋지게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세상에는 취미생활을 하는데 시간이 없다고 장소가 없다고 핑계를 대기보단 방법을 찾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모습은 늘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이를 통해 자극은 받아놓고 실천을 하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다름 아닌 내 이야기다.

핑계를 대며 못하고 있는 일이 많아 부끄러움에 말을 잇기 어렵다. 그 중에 하나가 운동에 관한 핑계다. 역시 시간과 장소 문제다. 정초나 월초에 결심을 하지만 장소를 선택하느라 한두 달을 보내고, 시간을 정하느라 한두 달을 보내고, 끝내는 해가 바뀌고 달이 바뀌어도 실천이 안 되고 있다. 매일 아침 산책을 습관으로 삼아 살아가는 친구 얘기를 들으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하루하루 늘어나는 나이에 내 근육은 빠르게 노쇠하고 있다. 핑계 때문이다.

핑계를 대지 않고 운동을 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헬스클럽 1년 정기권을 끊은 적이 있다. 아내와 함께 하면 더 좋을 것 같고, 1년치 등록금을 내놓고 결석을 하면 본전 생각이 나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었다. 결과는 몇 번 나가지도 못하고 1년을 끝내고 말았다. 뒤에 가서는 카운터 직원 보기가 부끄러워 못 나가고, 보관함의 운동복을 찾으러 가는 것도 부끄러워 망설이기까지 했다. 돌이켜보건대 1년 내내 방법을 찾기보단 핑계를 찾았던 것이다. 부부 둘 중 하나라도 좀 독종다운 점이 있었더라면 좋았을 걸, 우린 어쩔 수 없는 일심동체였기에 방법을 만들어 내지 못했던 것이다.

어쩜 핑계도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펴는 게 아닌가 싶다. 절실한 상황에선 핑계를 생각할 수도 댈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핑계를 댈 수 있다는 건 어쩌면 그 핑계거리가 조금은 통한다고 판단이 되기에 그럴 것이다. 이젠 핑계를 대서는 안 될 정도로 몸이 서서히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더 이상 늦으면 안 된다고. 매일 밥을 먹듯 365일 내내 운동을 해야 한다고. 이젠 필사적으로 핑계가 아닌 방법을 찾아야 할 때가 되었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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