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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 논설위원의 [삶과 생각](48)인생 후반의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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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5.12  17: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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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자연은 참으로 신기롭기만 하다. 엊그제 봄인가 싶더니 온 천지가 실록으로 가득하다. 변모된 대자연을 바라보고 있자니, 연극 작품을 만들어내는 연출가가 생각난다. 멋진 연극무대를 완성해 놓고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모습을 보이지 않는 연출가, 그의 능력이 궁금하듯 오늘따라 자연의 연출가인 신의 존재와 그 능력이 더 없이 궁금하고 감탄스럽다. 여름 초입의 초록은 우리들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더 가까이 다가와 산책을 즐기라고 손짓을 한다.

산책의 백미는 콧노래가 아닌가 싶다. 산책 중의 콧노래는 평소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꿀꿀한기분을 끌어올리는데 최고의 양약이 된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산책로에선 콧노래도 쉽지 않다. 남을 의식하다 보면 부르던 노래를 중단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행인이 멀어질 때까지 부르던 노래를 잠시 멈췄다가 다시 연결시키는 것만큼 스트레스가 되는 것도 없다. 그래서 가능하면 사람들이 없는 산책로를 찾는 게 상책이다.

그러나 이것도 그리 쉽지만은 않다. 인적 드문 길을 아내와 단 둘이 걸으면 원 없이 콧노래가 가능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다. 부부가 함께 산책을 나왔으면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과 생각을 공유해야지, 혼자서 좋아하는 노래만 흥얼거리면 함께 산책하는 의미가 뭐냐고 아내가 불평을 하기 때문이다. 지당하신 아내 말씀에 고개를 숙이고, 어제도 오늘도 재미있을 산책길을 그냥 덤덤하게 걷기만 한다.

언제였던가? 대화 소재가 떨어져서 주고받을 말이 없게 되었을 때 잠깐 틈을 뚫고 노래 한 소절을 했다가 또 지엄한지청구를 듣고야 말았다. 할 이야기가 없으면 소재를 찾아보려고 노력을 해야지 또 혼자 노래만 한다고. 어쩌면 남자가 그리 입이 무겁냐고? 어찌 그리 할 말도 없느냐고? 얘깃거리가 없으면 그냥 직장이나 친구 얘기라도 좋으니 아무 얘기라도 하라지만, 진짜로 내겐 입을 열 말이 없으니 그저 늘 진퇴양난일 뿐이다.

아내는 참으로 고마운 존재다. 신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다. 하지만 일관되지 못한 논리로 스트레스를 줄 때는 살짝 평소의 생각을 잊어버리곤 한다. 아내의 주장이나 논리가 자타에게 공히 적용된다면 불만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나를 압박했던 논리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되었을 때도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으로 자신을 합리화시켜 말할 때는 어떻게 방법이 없다. 그냥 억울하게 당해야만 한다. 세상 모든 남편의 운명인가? 아님 공처가로 살아가는 나만의 문제인가?

간혹 남들 얘기를 듣다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닌가 싶어 위로를 받을 때도 많다. 임보 시인의 이야기도 그 중의 하나다. 아내가 만든 음식이 좀 짜서 짜다고 했더니 밥하고 같이 먹으면 괜찮다 하고, 음식이 좀 싱거워서 싱겁다고 했더니 싱겁게 먹어야 건강에 좋다고 하더란다. 시인의 이야기는 아내의 자기중심적 주장을 아름답게 미화해서 밉지 않도록 표현한 것이지만, 이 역시 우리 아내가 나를 대하는 방식과 비슷한 게 아닌가 싶다. 어쨌든 임보 시인의 이야기는 내게 귀한 동병상련의 위로가 되어주어 고맙기만 하다.

결혼을 하고도 철이 들기 전까진, 아내에게 틀린 건 틀렸다고 말했다. 아닌 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세상살이로 조금씩 철이 들어가면서 생각이 많이 변했다. 아내 말이 틀렸어도 옳다는 쪽으로 기울게 되었다. 틀린 걸 옳다 하면 세상이 뒤집힐 줄 알았고, 생활이 엉켜 엉망이 될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 큰 부작용이 느껴지지 않는 오늘이다. 만년의 행복이 될 삶의 지혜를 찾은 오늘이다.

언젠가 무릇 남자란 장가들기 전에는 엄마가 키우고, 장가든 후에는 아내가 키운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인생 후반의 행복은 대부분 아내의 손에 의해 완성되고, 아내와의 관계에서 행복 열매가 만들어지는 건 확실할 듯싶다. 가정의 달 5월에, 모든 가정의 행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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