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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 논설위원의 [삶과 생각](43)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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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06  15: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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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논설위원(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살다보면 간혹 마음이 불편할 때가 있다. 내가 한 행동에 누군가가 오해를 하게 되는 경우다. 물론 자세한 설명을 통해서 오해를 풀어주면 되지만, 설명할 기회가 없거나 사실을 말해도 듣는 쪽에서 마음의 문을 열지 않으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 그냥 억울함으로 상황을 종료시켜야할 뿐이다. 이는 어느 특정인에게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현상이다.

나는 쉰 살 이전까지만 해도 대단한 애주가였다. 술을 사랑한 것만이 아니라 그 주량도 대단했다. 그러나 쉰 이후부터는 건강에 문제가 생겨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이 됐고, 그로부터 좋아하던 술도 거의 끊고 살아간다. 어쩜 술을 마실 수 있는 건강을 가졌다는 것은 행복의 또 다른 복주머니 하나를 차고 사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러나 술도 건강할 때 적절히 조절해야 오랜 복을 누릴 수 있지, 한 번에 복을 다 누리려 하다가는 곤란한 시점이 오게 된다는 걸, 경험자들은 누구도 부정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그런 것 같다.

술을 못 마셔도 때론 술자리를 함께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애초부터 술맛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사정상 술을 끊은 애주가에겐 참으로 가혹한 자리이다. 맨 정신으로 새벽까지 건배 제의에 동참하다 보면 탄산음료 서너 병은 보통이고, 심심하다 보니 먹게 되는 안주도 술 마시는 사람보다 두세 배 이상이 된다. 술 끊어 건강해진 몸을 더 망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세상살이가 참 어렵다.

한 번은 어느 술자리에서 소주잔에 물을 부어 건배에 동참을 한 적이 있다. 그런데 다른 테이블에서 지인 한 사람이 그러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술을 마시는 걸로 오해했던 모양이다. 이야기는 돌고 돌아 어느새 나는 다시 술을 마시는 사람으로 되어 있었다. “소문에 다시 마신다더구먼, 자 한 잔 받으셔.” 참으로 마음이 불편하지 않을 수 없다. 별 것 아닌 것으로 넘어갈 수도 있는 일이지만, 술 한 잔이 인격과 연결되고 나면 그 어떤 만남도 이야기도 즐거움은 사라지고 만다.

오해는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서로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만들어 놓는다. 세상엔 두 눈으로 직접 목도하고도 진실이 아닌 걸 말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주관이 개입되고 시각이 달라지면 동일한 한 가지 현상도 수많은 해석을 만들어내고야 만다. 참으로 무서운 일이다. 그래서 늘 신중해야 한다. 특히나 분명하지 않은 일을 다른 사람에게 전언할 때는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일단 말이 옮겨지고 나면 모호했던 어떤 사실도 결국에는 빼도 박도 못하는 진실로 둔갑해버리기 때문이다.

공자님도 언젠가 제자에게 오해를 한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자신의 실수를 고백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믿을 수 있는 건 눈이지만 눈도 믿을 수가 없구나. 믿을 수 있는 건 마음이지만 마음도 믿을 수가 없구나. 제자들아 기억하라, 사람을 안다는 건 참으로 쉬운 일이 아님을.(所信者目也, 而目猶不可信. 所恃者心也, 而心猶不足恃. 弟子記之, 知人固不易矣.)”

부정적 관점으로 어떤 현상을 해석하고 그 결과를 남에게 전하는 일도 삼가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또 누군가를 너무 미화시키고 확대하는 것도 바람직하진 않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객관성과 평정심을 유지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일단 좋은생각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이런 저런 논란의 중심에 서는 일은 많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어느덧 내 이마 위에도 많은 주름들이 가득하다. 그 중 일부는 잘 알지도 못하는 남 얘기하느라 만들어진 부끄러운 계급장이 아닌지 반성하는 중에, 오늘 또 예순 중반의 봄을 맞이하게 되었다. 올 봄은 정말 봄다운 봄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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