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 저는 10년간 혼인을 유지하던 남편이 외도를 하게 된 것을 알게 되어 ‘용서 해줄테니 사실대로 말해라’고 추궁하자 남편은 ‘한 번의 실수일 뿐이다, 이미 헤어졌으니 용서해주면 다시 가정에 충실하겠다’며 실토했습니다. 그러자 도저히 혼인관계를 유지할 수가 없어서 제가 남편에게 이혼해달라고 부탁하였고, ‘아이들만 키우게 해주면 재산분할은 요구하지 않겠다’고 하자, 그제야 남편은 이혼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남편이 이혼협의서 작성을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이혼 신고도 할 수 없어 사실상 이혼상태로 일년이란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남편이 상간녀와 헤어지지 않고 계속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남편을 상대로 부정행위에 대한 위자료 청구와 재산분할을, 상간녀를 상대로 위자료를 각 청구하는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그런데 남편은 ‘이미 당사자 끼리 이혼하기로 협의했을 때, 재산분할은 없는 것으로 했고, 부정행위는 용서해주었으니 재산분할청구권과 위자료 청구권은 포기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는 겁니다. 이 경우는 부정행위에 대한 용서로 볼 수 있는지요?

답 : 부부가 이혼 시 여러 가지 조건에 대해서 서로 합의를 하고 미성년자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친권자와 양육권자를 누구로 할 것인지 그리고 비양육자가 양육자에게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비를 얼마를 어떻게 지급할 것인지 또 면접 교섭은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에 대해서 정해지면 당사자 간에 협의이혼을 하실 수 있습니다.

만약 협의이혼이 성립되지 않고 혼인관계가 지속되거나 소송으로 재판상 이혼으로 가게 되는 경우에는 애초에 했던 협의는 조건의 불성취로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다시 재산분할 위자료 양육비 등을 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혼소송에서 위자료 재산분할 또 상간녀에 대한 위자료 청구도 얼마든지 다툴 수 있습니다. 단지 법원은 애초에 협의할 때 그 재산 분할이라든지 양육비를 정했던 사정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참작만 할 뿐입니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우리 민법 841조에는 ‘제1호의 사유는 다른 일방이 사전 동의나 사후 용서를 한 때 또는 이를 안 날로부터 6월, 그 사유 있은 날로부터 2년을 경과한 때에는 이혼을 청구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여기서 ‘사전 동의’는 앞으로 배우자가 불륜을 저지르는 데 이의가 없다는 적극적인 의사 표시입니다. 그 표시의 효력여부는 합의서라든지 서면을 쓰는 것 이외에도 언행 등의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혼인을 유지할 의사가 없는 정황을 보고 판단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법원은 협의이혼 신고서를 작성을 하고 별거를 하거나 완전히 재산을 정리를 하고 별거한 경우 이렇게 혼인관계가 완전히 파탄되었을 경우 이후에 만나는 이성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동의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귀하의 경우에 문제되는 ‘사후 용서’라는 것은 이미 저지른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에 대해서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입니다. 이때 그 의사표시에는 부정행위 사실을 알고도 아무 말 없이 묵인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의 부정행위에 대해서 알면서도 혼인 관계를 지속시킬 의사로 이 악감정을 포기하고 상대방에게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표현이 필요합니다.

우리 법원은 부정행위를 알고 난 후 상간녀와의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각서를 받은 경우에는 사후 용서로 보고 있습니다.

따라서 귀하처럼 단순히 외면적으로 ‘용서할 테니 사실대로 말해라’ 한 부분은 용서로 보지 않습니다. 비슷한 유형으로 남편이 부정행위를 한 것을 알면서도 잠자리를 아내와 했다는 것만으로는 용서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 위 질문에 대한 답변은 구체적인 내용과 상황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법무사 김고중-

약력

학력 : 1968년 하동군 하동읍 동해량에서 출생, 하동초등학교(69회), 하동중앙중학교(21회), 진주고등학교(57회), 한국해양대학교(87학번, 항해학과) 졸업

경력 : 해군 R.O.T.C 장교로 군복무, 1994년 법원직공무원으로 시작하여 23년간 근무하다 2017. 6. 진주지원에서 법원사무관으로 퇴직

현재 하동군 진교면 소재 법무사법인 현대 하동지점에서 대표법무사로 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