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용환 논설위원(법학박사,시인,前하동경찰서장)

​우리사회가 지난 문재인 정부 때부터 내로남불은 상식이 되어 버렸다. 누구든 나와 같으면 옳고 나와 다르면 그러다고 보게 되는 것 같다.

이를 바로 잡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같다.

​운동권 좌파 세력들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는 당연시 여기던 것도 새정부와 대통령실에 대해서는 인사에서부터 뭐든지 사사건건 내로남불로 걸고 넘어지기 일수다.

그러나 이번 윤석열 정부에서도 검로경불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하고 말았다.

내용인 즉선 검찰이 하면 로맨스고 경찰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30년을 넘게 경찰에 몸 담은 필자로서 누구보다 경찰의 제도개선과 수사권조정 등 합리적 개선에 고민해 왔던 입장에서 이번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써 본다.

​우선 지난 대통령 선거시 공약으로 차관급인 경찰청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하겠다고 했었는데 이 문제는 쏙 들어가고 느닷없이 행안부에 경찰국을 두겠다고 하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즉, 총경 이상의 인사, 경찰정책과 예산, 자치경찰 등의 업무를 담당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명분아래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권한인 인사권을 행안부에서 다시 가져가겠다고 하니 이에 가만히 있을 경찰관이 있겠는가 싶다.

제금(분가) 나간 자식이 돈 많이 버니까 다시 부모집으로 들어 와서 살아라는 격이란다. 그래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본래의 취지는 그간 검찰이 갖고 있던 수사권한이 경찰로 넘어 올 예정인데다가 국정원이 가지고 있던 대공수사권도 경찰이 모두 다 맡아야 하기 때문에 결국 수사권한을 경찰이 대부분 갖게 되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었다.

그런데 민주적인 통제 방법이라고 만드는 것이 30년전 어렵사리 외청으로 독립한 기능을 다시 30년전으로 회귀한다고 하고 이 또한 왜 이렇게 성급하게 하는가가 문제인 것이다.

왜냐하면 경찰의 수사권한이 비대해진 것 때문이라면 경찰수사에 대한 사법적 통제가 필요한 것이지 인사권 등 행정적 통제를 가하겠다는 것은 오히려 경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칠 것이기 때문에 경찰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여겨진다.

​이 문제를 하나하나 짚어보면 첫째 1991년 내무부 치안본부에서 경찰의 중립을 보장한다며 외청으로 독립하면서 정부조직법에서도 내무부장관의 치안사무를 빼낸 것인데 법률을 개정하지(입법으로 하면 야당이 다수당이기 때문에 어려우니까) 않고 시행령 개정으로 근거규정을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이는 내용적으로도 사법적 통제가 아닌 인사와 예산으로 경찰을 통제 하겠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검찰국과는 근본적으로 다른데도 법무부와 국세청과 같이 경찰국도 행안부에 설치하면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경찰은 계급 정년제가 있고 위계적인 계급조직으로 업무가 다양하다. 특히 계급 조직이다 보니 승진에 밀리면 집에 가야하는 등 인사에 목숨을 걸 정도인데 경찰의 기능과 생리를 잘 모를 수 있는 행안부 장관이 경찰의 인사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다보니 조직보호 차원에서도 당연히 반발이 예상된 일이다.

둘째로 행안부에서 인사로 통제할 것이 아니라 기존 경찰위원회를 좀 더 합리적이고 실질적으로 조직과 기능을 개선하여 통제 장치를 만든다든지 아니면 그동안 검찰이 경찰수사를 지휘한 것과 같이 기능적으로 견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 타 부처 또는 제3의 기관에서 경찰수사를 통제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인권침해에 관해서는 지금도 인권위원회에서 통제하고 있다)

전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실을 통해 직접 청와대 하명 사건을 경찰이 해왔고 민정수석실에서 경찰인사를 손대왔는데 새정부에서는 민정수석실이 없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대신 행안부에서 장관 책임하에 통제 감독하겠다는 것이다.

행안부에서 수사에는 관여하지 않겠다지만 인사권를 가져가면 그런 문제가 해소될지도 의문이고 결국 통제장소만 옮겨질 뿐 결국 통제자나 감독자의 의지에 달린 문제이지 해결방안은 아닐 것이다.

세째로는 시간을 두고 공론화하여 각계각층과 경찰의 의견도 듣고하여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하는데 문재인 정권이 검수완박을 얼렁뚱땅하듯이 똑같이 하면 검수완박을 탓할 수도 없게 될 것이다.

더군다나 행안부 장관이 대통령의 직계후배 인데다가 40일간의 입법예고를 할 수 있는데도 법제처와 협의하여(법제처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사건의 변호사) 4일 동안만 입법예고를 했다고 하는 것이다.

네째로 유삼영총경의 대기발령을 너무 빠르게 한 것 같다. 경찰공무원이 집단행동은 못하게 되어 있다 하더라도 의견을 묻고 토론하는 자발적 회의소집을 부당한 직무로 판단하고 물리적인 집단행동도 하지 않았고 사전에 의견을 듣겠다던 청장후보자가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갑자기 회의도중 해산하라고 명령하고 곧바로 유총경이 내려가자마자 대기발령까지 하니 14만 경찰관들은 회의를 느꼈을 것이다.

관외여행 신고도 하고 휴가까지 내서 회의에 참석한 것이 직무여부를 떠나서 그렇게 야비하게 할 필요가 있었는가 싶다.

회의 참석 서장들을 하나회의 구테타에 준한 행위니, 국기문란 행위니 하며 그들의 주장이나 의견을 듣기는 커녕 무시하고 적대시 한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것이라 여겨진다.

또한 검사들은 몇번에 걸쳐 회의를 해도 괜찮고 경찰은 총기를 다루기 때문에 안된다는 논리도 궁색해 보인다. 그래서 검로경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경찰조직에서 제대로 판단하고 전체의견을 대변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계급이 총경이라 본다.

경무관급 이상은 어떤 정부에서든 끽소리 못하고 정부 방침에 따를 수 밖에 없고 총경아래 계급인 경정 계급에서는 혹시 징계나 받으면 총경 승진이 어려워서 당연히 나설 수 없을 터이고 경감,경위 이하 계급에서는 직장협의회를 통해 경찰조직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지금도 삭발까지 하고 있지 않는가?

이렇게 14만 경찰이 반대하는 이런 중요한 문제를 이들의 의견조차 듣지 않고 힘으로 몰아 붙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

이런 반대하는데도 불구하고 급하게 서두르며 경찰가족을 공정과 상식의 편에 서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정무적인 감각이 없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여러 방도를 찾아보고 정 아니다 싶으면 합리적이고 적법절차를 거쳐 만들면 될 것을 그렇게 서두는 이유를 그들에게 설명이라도 해서 이해를 한 번이라도 구해보지도 않고 직무명령 위반이니 하며 상처를 입힐 필요가 있나 싶다.

왜냐하면 검수완박도 헌재에 헌법소원을 해놓은 상태로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서두르냐는 것이다.

14만이 넘는 경찰조직을 이끄는 경찰청장을 대선 때마다 장관급으로 격상시켜 주겠다던 공약은 언급도 없이 다시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시켜 눈치만 보는 경찰을 만들 것이냐고 그들은 항변하고 있다.

14만 경찰은 차관급이 경찰청장 1명에 불과하지만 군과 검찰은 차관급이 수십명이나 되는 것을 보통의 국민들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이 또한 공정하다고 말 할 수 없는 것이다.

행안부가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소위 지방정부에는 별다른 힘을 못 쓰니까 경찰을 쥐고 힘 주려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많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연상된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행동을 구테타에 준하는 행동이니 국기문란 행위니 하며 경찰을 홀대하는 발언들도 경찰을 너무 무시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하고 안그래도 검찰 공화국이니 하는 야당에게 빌미만 주는 격이다.

행안부에 경찰국을 꼭 설치 해야하고 인사권 장악을 위한 것이라 하더라도 총경보다 위 계급인 '경무관 이상의 인사'로 하는 것이 좋을 것이고 오히려 감찰 기능은 가져가는 것이 나을 것이다. 이렇게만 했다면 14만의 경찰은 수긍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어쨌든 정부의 의지대로 수순을 밟아 가고 있다.

또 한번 체념할 경찰 조직을 생각하니 짠한 생각이 든다. 그간 10분 단축된 '가요무대' 프로는 누가 다시 환원 시켜줄 것인지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