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가보니까 아니더라고. 갇혀서 일주일 넘게 그 새끼들 정액만 받아냈어. ……짐승들, 괴물, 인간으로 태어난 악마들. 저그들끼리 하는 말이, 나를 섬에다 팔아버릴 거라더라고. 아무리 발버둥치고 지랄발광을 해도 못 나올 그런 곳에다. 그 소릴 듣고 나니까,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수는 없겠더라고.”

“…….”

“알고 보니까 그 새끼는 사람이 아니었더라고. 지 여동생도 지 뒤를 봐주는 양아치 건달패 두목인지한테 바쳤어. 결국 그 여동생도 술집에 팔아버렸다더라고. 지 여동생을 팔아먹는 인간이, 그게 인간이야? ……그것뿐이믄 말도 안 해. 돈 때문에 지 마누라도 팔아먹은 인간이야. 결국 못 참고 목을 매 죽고 말았지만.”

“…….”

“그 새끼들이 낄낄대면서 나보고 그러대. 바보 같은 년아, 그런 새끼 말을 믿었냐? 딸년이 쪼매 더 커믄 딸년까지 팔아묵을 새끼라고, 돈만 된다믄 늙은 에미까지 눈 하나 안 깜짝이고 팔 새끼라고.”

필터가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영우는 엄지의 손에서 담배를 빼내어 껐다. 그리고 다시 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여 건네주었다. 담배를 빨아들일 때마다 얼굴의 멍 자국이 두드러졌다. 영우는 떨고 있는 엄지의 어깨를 잡아 가만히 제쪽으로 끌었다. 엄지도 영우의 어깨에 기대며 한숨을 포옥 쉬었다.

“고마워, 오빠. 그리고……, 미안해.”

“괜찮아, 니가 미안해 할 필요 없다니까.”

“그래도…….”

엄지의 떨림이 조금은 진정되어갔다.

“넌 이제 어떡할 거야?”

“그 새끼를 죽여버릴 거야. 세상 끝까지라도 찾아가서 내 손으로 꼭 죽여버리고 말 거야.”

“…….”

“오빠는 어쩔 거야? 그 새끼가 분명히 언닐 어디 팔아먹었을 거야.”

“글쎄……. 어째야 될지…….”

상처가 아파와 영우는 얼굴을 찌푸렸다. 엄지가 팔을 벌려 영우의 머리를 감싸 안았다. 부드러운 젖무덤과 살내음이 통증을 한껏 완화시켜 주었다. 엄지는 영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곧 영우는 다시 까무룩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엄지는 없었다. 상처와 아픔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또 이레가 지났다. 순옥도, 두찬도 나타나지 않았다. 엄지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 사이 상처는 덧나서 고름이 생겼다. 그래도 영우는 승합차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트럭에 있던 사과나 배 같은 것만 하나씩 가져다 먹었다. 고름이 나고 벌레가 생겨도 상처가 오래 되니까 그것마저 제 일부인 것처럼 익숙해졌다.

장사는 여전히 잘 되었다. 가만히 있어도 다들 제 발로 찾아와 돈을 놓고 물건을 가져갔다. 얼마 가지 않아 더 이상 팔 물건이 많이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하는지도 몰랐고 그럴 필요도 별로 느끼지 못하였다. 있으면 팔고 없으면 안 팔았다.

해가 뜨면 일어났다 해가 지면 잠을 잤다. 그러다가 낮에도 손님이 없으면 까무룩 잠이 들었다가 손님이 오면 일어났다. 여전히 바깥에서는 해가 뜨면 2번국도를 통해 도시를 빠져나갔다가 해가 지면 들어오는 일상사가 계속되었지만 그와는 상관이 없었다. 눈을 뜨면 비어가는 승합차가 있었고, 눈을 감으면 그를 찾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이, 참기름 부부 왔어? 이거 한 번 해보라니까, 대박이야 대박. 미친 새끼야, 자동차용품 옆에 곰인형을 세워 놓으면 그게 어울리니? 그렇게 해서 팔리겠냐고. 그래, 아빠도 우리 딸 사랑해. 두찬의 목소리는 이내 순옥의 가는 목소리에 묻힌다. 난 저 쥐처럼 생긴 데다가 코털이 삐져나온 녀석이 싫어. 하이고, 꼴에 그래도 아빠라고 즈그 딸내미는 엔간히도 챙기네. 우리 아들도 꼭 저만 할 텐데……. 엄마 없이 잘 크고 있는지……, 엄마가 보고 싶어 찾지는 않는지……. 순옥의 목소리는 늪처럼 착 가라앉는다. 곧 스쿠터 소리가 들리고 비틀거리는 발걸음 소리도 들려왔다. 오빠, 니도 두찬이 그 새끼랑 한 패제? 그 쥐새끼 같은 새끼가 돈 많이 벌게 해준다고 했는데, 나를 팔아버렸어. 지 여동생도, 지 마누라도 팔아먹었어. ……일주일 넘게 그 새끼들 정액만 받아냈어. 칼 맞은 데 아프지, 응? 그런 소리들을 듣다가 영우는 까무룩 정신을 잃곤 했다. 고마워 오빠, 그리고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