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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덕논설위윈의 [삶과 생각](23)나는 지금 어디쯤 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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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2.04.17  15: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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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국립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

지난날 중국을 자주 오갈 때 주로 배를 많이 이용했다. 쫓기는 일정이 아닌 경우에는 거의 비행기를 타지 않고 물길로 다녔다. 인천과 천진(天津) 사이를 오가는 정기선이 있어서 편하게 다닐 수 있었고, 운행시간이 배에서 1박을 하게 돼 있었기에 실제적으로 시간적 손실이 많은 건 아니었다.

배를 이용하다 보면 비행기보다 훨씬 많은 스토리와 추억거리를 만들 수 있어서 좋았고 순간순간 운신의 폭이 넓어 편한 점이 많았다. 다양한 사람들과 접촉이 가능했고, 서로 음식을 나누면서 폭소도 터뜨리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먹고 자고 용변을 보는 것도 비행기보다 훨씬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요즘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한때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물건을 대신 구매하여 판매하는 중국인 보따리상, 따이궁(代工)’들이 대부분이었다. 물론 개인 사업을 하거나 유학 내지는 친지방문을 위해 오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언젠가 한 번은 연세가 상당한 조선족 동포 할머니 한 분과 삼등칸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몸을 많이 떨고 있었다. 어디가 불편해서 그러냐고 여쭸더니, 그런 게 아니라 꿈에 그리던 친지를 만나게 될 설렘과 흥분에 몸을 가눌 수가 없어서 그렇다고 했다. 일렁이는 배에 몸을 맡긴 채, 할머니는 연신 내게 물었다. 이제 어디까지 왔느냐고? 여기가 어디냐고?

천진에서 인천으로 오고 있는 배안에서, 그것도 칠흑 같이 어두운 망망대해 물 위에서, 배가 어디까지 왔고, 여기가 어디냐고 물어올 때 뭐라고 대답을 해 드려야 하는가? 이정표도 없고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가늠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뭐라고 대답을 해 드려야 할머니의 궁금증이 풀릴 수 있었을까? 그저 인천 항구에 도착할 남은 시간을 알려드리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많은 시간이 지난 오늘이다. 그러나 간혹 나의 지난날과 앞으로의 여생을 생각해 볼 때면, 그 때 만난 할머니의 질문이 문득문득 떠오르곤 한다. 여행이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인생이란 어쩌면 종점인 죽음의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여정일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 일생의 어느 지점까지 왔고, 남아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되며, 또 무엇을 어떻게 추구하면서 그런 대로의 삶을 완성해 갈 것인가? 자문(自問)하는 횟수가 자꾸 늘어만 간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라, 이러저러한 상상을 해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다. 지금까지 해 오던 일의 연장선에서 비슷한 성격의 일거리를 찾아 만년을 소일하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자기만의 행복이 될 개인적인 예술 창작활동을 즐기는 길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또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함께 예술을 추구하는 단체에 들어가 또 다른 즐거움을 경험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누군가는 인생 ‘100을 축구와 같은 운동경기와 연관시켜, 25세까지는 몸을 푸는 탐색전’, 50세까지는 전반전’, 75세까지는 후반전’, 그리고 나머지 25년은 연장전이라 했다. 일견 재미있는 구분이라 생각되기도 하지만, 인생은 상대팀인 누군가와 승부를 다투는 일도 아니요, 더욱이 싸움하듯 살아갈 일도 아니다. 묵묵하게 자기의 기록을 점검해 가며 자신만의 속력으로 능력껏 골인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마라톤으로 생각하는 게 더 합리적이지 않을까 싶다.

달리기가 싫으면 안 뛰면 된다. 하지만 인생이란 그럴 수가 없기에 손목시계 자주 들여다보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인생 뒷심을 발휘하는데 건강이 비실비실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인생 후반 최고의 희망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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