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손님들은 하나같이 길 쪽이 아닌 승합차 안쪽에 자동차를 대었다.

남자든 여자든, 젊었든 늙었든 다 그랬다. 오려다가 먼저 와 있는 차가 있으면 아닌 척하고 지나쳐 가기도 했다. 한 바퀴나 두 바퀴쯤 돌다가 다시 돌아와 차가 없다 싶으면 그제야 들어오기도 했다.

남들 다 보는 쪽에 차를 세우는 치들은 불법제품 단속을 핑계로 기웃거리며 디‧브이‧디나 콘돔 따위를 전리품 삼아 들고 가는 ‘짜바리’나 ‘정부미’들 뿐이었다. 제 구역을 주장하며 자릿세 명목으로 무엇이든 뜯어가려는 ‘깎두기’들도 안쪽에 차를 세웠다.

“짜바리나 정부미, 깎두기가 아무리 껄떡기리도 난 아무 상관 안 해. 여게가 꽤 짭짤한 자리거든.”

영우가 한 달여 옆에서 지켜본 바로는 두찬도 고만고만한 패거리가 뒤를 봐주고 있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목이 좋아서 작은 도시였지만 제법 많은 사람들이 아침과 저녁으로 드나들었다. 무엇보다 생산시설은 부족할지 몰라도 몽정으로 아랫도리를 움켜쥐고 어쩔 줄 몰라하는 학생들은 넘쳐났고, 성욕이 남아 있는 노인들도 의외로 많았다. 이제는 이름만 남은 혁신도시지만 근방에는 논밭을 내주고 보상금을 제법 두둑하게 챙긴 노인들도 많았다.

“째깐한 도시라 해도 이런저런 대학이 대여섯 개나 있고 고등학교도 많은께 아새끼들이 간간이 오거든. 근데 그거보다도 영감탱이들이 훨씬 더 짭잘해. 이 도로로 쭉 들어가다가 모팅이 세 개만 돌아가믄 노인복지회관이 있어. 그게 가믄, 돈 있고 혼자 사는 영감 할멈들이 쌨는가비라.”

두찬의 말의 의하면, 노인복지회관은 서울의 홍대 클럽에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것처럼 노인들이 모여드는 곳이었다. 평생 같이 살던 영감이나 할멈이 죽고 혼자 남은 노인네들이 상대를 물색하고 만나기 위한 장소라는 거였다. 노인네들이 새로 사귀거나 살림을 하게 된 상대를 만족시키려고 ‘별별짓’을 다 한다고 했다. 물론 제법 모아둔 재산도 있고 자식들도 그럭저럭 먹고살 만한 부류였다. 그들에게 두찬의 성인용품 ‘샵’은 빛과 소금에 다름없거니와, 그러고 보면 자신도 구세주에 버금가거나 동격이라며 흰소리를 늘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 두찬은 여기에 없다. 오늘로 사흘째다.

영우는 철심을 승합차 창틈으로 밀어넣었다. 두 번의 시도만으로도 문은 쉽게 열렸다. 운전석과 조수석을 훑어보고 뒷문까지 열어 구석까지 눈으로 핥았다. 역시나 두찬이 왔다간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았다. 예상은 했지만 막상 눈으로 확인하고 나자 기다렸다는 듯 찬바람 한 줄기가 휭 가슴을 뚫고 지나갔다.

“하하, 나야 언제든지 찬성이지. 원래 장사도 여럿이 모이가꼬 같이 해야 잘 되는 거 아이것나. 여게는 괘안타. 아무도 니를 몬 건드리거로 하낀께네, 나만 타악 믿고 안심하고 장사나 잘 하거라.”

처음 영우가 두찬에게 승합차 맞은편에서 좌판을 벌이고 장사를 해도 되겠냐고 했을 때였다. 두찬은 영우의 손을 맞잡을 듯 환대를 했다. 나이도 비슷해 보이는데 초면에 반말부터 해대는 두찬이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하지만 급한 쪽은 영우였다. 이미 여러 군데에서 쫓겨난 터라 어디든 자리를 잡지 않으면 안 되었다. 대단위 아파트 근처, 공단 이곳저곳, 이름만 남은 몇몇 오일장 등 가는 데마다 영역을 따지고 권리를 주장하는 누군가가 나타났고, 그들 뒤에는 항상 그럴듯한 직함의 수많은 누군가가 버티고 있었다.

“뭐야, 성인용품 파는데 옆이잖아. 이런 데밖에 없는 거야?”

순옥은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