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개를 켜며 사지를 쭉 뻗을 수 있어서

손끝에 힘줘 머리 밑을 박박 씻을 수 있어서

오른손 왼손 번갈아 머릴 말리고

따뜻한 물 한 잔 건네며 아침 인사를 하고

시래깃국 끓일 수 있는 저녁이 있어서

국정을 농단할 힘은 없지만

어두우면 밝힐 수 있는 촛불이 있어서

더하지만 말고 빼보면 안다지

행복이 바로 곁에 있다는 것을

누진세 없는 행복 맘껏 누릴 수 있어서

뭐든 희망할 수 있는 내일을 꿈꾸며

몇 십 년을 갈아도 무디기만 한 시심詩心이

어느 순간 돌연 탁 튈 것 같은 기대로 가득 찬

그런 오늘이 있어서

이필수 시집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에서 -도서출판 북인

- 올해도 마스크로 살아낸 한 해였다. 입을 막으니 귀가 뚫렸는지 사나운 말들만 들려오는 세상살이다. 그러한 시간 속에도 이러한 시편을 쓸 수 있다는 겸손한 이유들이 있어 좋다. ‘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들은 소소하다 못해 겸손하다. ‘기지개를 켜며 사지를 쭉 뻗을 수 있어서’ 좋고, ‘시래깃국을 끓일 수 있는 저녁이 있어서’ 더 좋고, ‘어두우면 밝힐 수 있는 촛불이 있어서’ 더더욱 좋은, 하여 시인은 사소한 이유들이 좋기만 하다가도 갑자기 고백을 한다. ‘시심이,, 탁 튈 것 같은 기대로 가득’ 차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는 모든 시인들의 희망일 터이지만 쉬이 되지 않는 기대이기도 할 것이다. 허나 그 기대야말로 시인의 궁극적인 힘일 것이다. 올해도 다 저물었다.

하동군민신문 독자여러분 내년에는 필히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최영욱-

► 이필수 시인은 하동군 하동읍에서 태어나 2010년 『제3의문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으로『오늘이 좋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현재 (사)한국문인협회 하동지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