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갑재(본지명예회장, 지방의원 5선)

하동시장은 1703년부터 형성되어 조선말기에는 영남의 3대 시장으로 명성을 날리기도 하였다. 하동시장은 하동읍의 2~3 군데를 거쳐 지금의 자리로 이전하여 온 것은 1951년부터인데 1970년도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여 번성기를 누려 오다 1990년 이후 시장이 쇠퇴하기 시작하여 이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군에서는 수백억 원을 투입하기도 하였으나 옛 명성을 되찾기란 너무나도 먼길인 것 같다.

하동시장 관련 조례는 1963년에 최초로 만들어 졌으며 2013년 8월에 개정되었으며, 그 이전에도 양도.양수는 금지하고 있었다. 하동시장은 국.공유지와 군유지 등 7,300여평에 150여 점포에다 200여명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는데 왜 오늘과 같은 분쟁이 발생하게 되었는지 참으로 안타까운 실정이다.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전통시장 및 상점가 육성을 위한 특별법’ 과 함께 현행법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2013년 전부 개정된 ‘하동군 공설시장 관리 및 사용조례’에 따라 하동시장 상인들은 그동안 관행으로 행했던 양도.양수.임대.재임대 등의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하동시장번영회(회장 김옥진)는 2019년 7월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 하동군을 상대로 ‘소유권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했다. 하동시장 상인이 ‘소유권등기말소’ 소송을 분쟁해결의 주요쟁점으로 잡은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말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의 일환으로 하동시장 상인들은 시장현대화사업에 착수했다. 이때 시장상인들은 각자 비용을 들여 시설현대화에 나섰다. 당시 재산권을 인정해 주겠다는 행정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하동시장번영회 측에 따르면 1970년 시장현대화사업 준공 당시 도지사와 군수가 참석하여 상인들 개개인 앞으로 등기를 하기에는 시간도 걸리고 문제도 있으니 상인들이 땅을 살 수 있을 때 한꺼번에 이전하자고 했다고 한다. 이 내용에 따라 판단하면 당시 행정은 미래에 부지를 불하할 조건이 충족되면 불하한다는 약속이 있었음은 물론 이를 근거로 하동시장의 건물을 행정편의상 하동군 소유로 등기를 했음을 잘 알 수 있다.

그래서 시장상인들은 2013년 조례개정으로 재산권 행사에 침해를 받자 자신들의 재산권이 투여되었기에 자신들이 그 건물에 대한 실질적 소유자라는 생각에 따라 하동군을 상대로 ‘소유권등기말소’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으로 안다.

그러나 재산권 분쟁에 관한 대법원 판결에서 하동군이 승소했다. 대법원으로서는 법질서의 안정을 위해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이 이런 판결이 나자 시장상인들은 재산권 침해를 구제 받기 위해 본격적으로 실력행사에 돌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윤상기 하동군수는 공청회 등과 같은 형식의 시장상인들과의 만남에서 상인들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하고 수용하여 “2022년 시장점포 계약 시 기존점포 정상 사용자에 대해 수의계약으로 점포사용허가를 할 수 있게 하였으며 시장 상인들이 소송 당시 법원에 제출하지 못한 자료가 있다 하니 법률사무소 자문을 통해 그 자료가 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 고 밝혔다.

시장상인 입장에서 볼 때 윤상기군수의 이런 노력도 그들의 재산권 침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은 아니었다. 이에 시장상인들은 이전 도지사와 군수의 불하 언질을 관철한다는 의미에서 시장부지의 불하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소속의 제윤경 국회의원이 불하하여 시장상인들의 재산권을 보호받게 해주겠다는 무책임한 약속을 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치인은 말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 할 텐데 군민분열만 조장하고 훌쩍 떠나버리고 말았으니 이 또한 지탄받아야 할 것 으로 본다.

이런 판국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도 모 군수후보자가 내가 군수가 되면 여러분들의 요구사항을 적극 도와주겠다는 조의 간접약속을 하였다는 풍문이 나돈다. 이에 시장상인들은 모 정당에 대거 입당하여 특정후보를 돕겠다 하였다니 이 또한 모양새가 바람직해 보이지 않다는 여론이다.

필자는 군의원 시절 하동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3~4층 규모의 주상복합건물을 지어 지하는 주차장 1층은 어물전과 채소전, 음식점, 2층은 의류와 신발, 완구류 등 3층은 번영회사무실 등 복지시설, 4층은 시장상인 영세업자 임대주택으로 하고, 1층 잔여부지는 주자창 및 휴식공간으로 활용방안을 제시 하였다가 시장상인들로부터 무슨 소리 냐며 질타를 받았던 적이 있는데 필자는 이런 방안을 두고 해법을 찾았으면 하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필자가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공유지 불하는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조건을 충족할 때 가능한 것으로 안다. 아마도 그래서 당시 도지사나 군수도 ‘불하한다’고 말한 것이 아니라 ‘불하 할 수 있을 때 까지...’ 라고 했을 것이다.

사실 이 사안은 윤상기 현 군수가 임기 내에 행한 재산권 침해가 아니라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해결하지 못하고 누적되어 온 사안을 정상적으로 풀려다 보니 이런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시장상인의 재산권 침해와 이로 인한 불이익의 고통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또한 이 문제가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 사안은 당사자의 일방인 군의 의지만 가지고 당장 해결하라고 요구하기 어렵다. 시간을 두고 인내하면서 고통을 분담하는 자세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도 시장상인의 피해를 구제 할 합법적이고도 합리적인 행정 절차가 있는지를 강구해 볼 것이다. 필자뿐만 아니라 군에서도 그렇게 할 것으로 믿는다. 군과 시장상인들의 끝이 없는 줄다리기가 아니라 서로 인내하며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 군민 누가 봐도 합당한 해법을 모색하는 노력으로 군민화합을 주도해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재래시장은 언제나 흥정이 있고, 덤이 있는 서민들의 애완이 담겨 있지 않는가?”